개강했다
아주 감사하게도 3월 3일은 삼일절 대체공휴일이었기에 3월 4일에 개강하였는데
모두가 꿈꾸던 "아 하루만 더 있었다면" 이 실현되었다
덕분에 나는 개강 전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밥 한 끼 할 수 있었다
이후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긴장된건지 뭔진 몰라도 잠이 아예 안 왔다
깨어나서 거의 밤을 새고 2시간정도만 자고 학교로 출발해야 했다
깨있는 시간 사이에는 뭐라도 해보려고 컴구에서 다루는 bsv라는 언어의 코드를 만졌다
bsv는 컴퓨터 아키텍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컴퓨터 언어인데
이 과목 말고는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진도는..
아마 컴퓨터 언어를 한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처음 시작하면 무조건 타입부터 배우지 않는가
한글로 치면 가나다라 읽기
딱 그정도까지 했다
감상을 굳이 표현하자면
아두이노랑 어셈블리랑 C랑 자바를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훌륭한 문법구조랄까
요약하자면 bsv는 여러 패키지로 원하는 구조물을 시뮬레이션하는 언어이고
각 패키지는 module rule interface(or method) 정도로 구분되는데
module이 하나의 서킷이고
rule은 명령어 단위 (안멈추면 영원히 실행된다)
interface는 rule이나 각종 변수들을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라고 난 이해했다
vscode에 해당 언어 highlighter 패키지가 있는데
설치횟수가 2천회도 안 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전 세계에서 bluespec 개발자랑 이 과목 수강생만 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놀랍게도 GPT에 레퍼런스 물어보면 잘 알려주긴 한다
진짜 이젠 LLM 없이 사는 게 힘들 정도
직접 찾는거보다 편해서 애용 중이다
근데 이 언어가 재밌는게
타입을 엄청 빡세게 잡는다
가령 int a[10] = {10, } 같은 C언어 코드가 있으면
좌변의 10과 우변의 10은 같은 리터럴 10이지 않은가
이 언어는 아니다
이걸 bsv식으로 바꾸면 Bit#(1) c = 1
이런느낌인데
이 언어에서 좌변의 1은 type value이고
우변의 1은 ordinary value이다
즉 타입 선언시에 쓰는 숫자랑 그냥 숫자가 다른 숫자다
그래서 저걸 그냥 무지성으로 캐스팅해버리면 큰일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운데
사실 저 둘이 같은 것도 당연한 건 아니라서 바로 받아들였다
저게 모든 언어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C같은 고급언어는 알아서 잘 캐스팅해주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여튼 아직 hello world도 짤줄 모른다
빨리 연습해야할 부분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어쨌건 사실상 날밤을 샌 상태로 바로 등교했고
1교시 수업인 대글2가 휴강이어서
2교시(11시 시작)인 한문명작읽기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근데 놀랍게도 3월 4일에 눈이 왔다
그냥 온 것도 아니고
펑펑 와서 잔디밭 위에는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개강 첫날에 쌓이는 눈을 맞으며 등교하니 운치는 있었다만
옷도 너무 두껍고
우산도 들고다니기 귀찮아서
묘하게 체력을 깎아먹는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개강 첫날에는 늘 마법이 일어난다
원리는 모르겠다만
개강 첫날에는 대학생 인구수가 2배정도로 늘어난다
현상적으로는
셔틀 줄이 세바퀴씩 돌고
세상 모든 대중교통이 가득 차며
학교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기본 40분씩 웨이팅해야 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벌어지는 것이다
빵이 아니라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이 다르지만
여하튼 나 또한 그 기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고
덕분에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녹초가 되었다
한문명작읽기 수업,, 이 또한 아주 기합찬데
혹시 독자 여러분들은 한자와 한문이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아실련지?
일단 나는 몰랐다.
따지자면 알파벳과 영어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알파벳 안다고 영어를 읽을 수 없듯이
한문도 한문법을 알아야 읽을 수 있고
한자의 용례를 명확히 이해해야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이 수업은 한자를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문을 읽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드랍을 고민하고 있다
목요일에 한 번 가보고 도무지 안되겠으면 바로 도망치려고 한다
이후 공간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살면서 본 공간 줄 중에 제일 길었다
보통 가게 안에서 줄이 끝나는데
가게 밖을 넘어서 오르막길을 따라 쭉 줄이 있었다
이것 또한 개강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기다려서 먹었다
남은 수업은 컴공세 - 컴구 - 공수로 이어지는 같은 강의실에서의 3연강이었는데
앞 두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어서 공수만 남았다
하필 맨 뒤 수업만 남아버려서 어찌되었건 강의실에 남아야 했고
너무 피곤했기에 그냥 자버렸다
다만 문제점은
내 몸은 이상하리만치 잘 수 있는 시공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래서 한 번 특정한 시간에 강의실에서 자면
다음에도 그 시간, 그 강의실에 가면 바로 엄청나게 졸음이 쏟아져서 자버린다
이대로면 컴구시간마다 자게 생겼다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공수
선형대수학을 배운다고 한다.
솔직히 큰 걱정은 없지만 자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후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복귀했는데
진짜 너무 피곤해서
집 도착하자마자 5시간 정도 잤다
잠을 못 잔 것보다도
인간은 환경이 변화하면 순식간에 피로해지는데
그 영향이 크다
학교에 오랜만에 가려니 정말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내 수면패턴은 망했고
지금 이 글을 작성 중이다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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